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성영희 - 페인트 공

그에게 깨끗한 옷이란 없다

한 가닥 밧줄을 뽑으며 사는 사내

거미처럼 외벽에 붙어

어느 날은 창과 벽을 묻혀오고

또 어떤 날은 흘러내리는 지붕을 묻혀 돌아온다

사다리를 오르거나 밧줄을 타거나

한결같이 허공에 뜬 얼룩진 옷

얼마나 더 흘러내려야 저 절벽 꼭대기에

깃발 하나 꽂을 수 있나



저것은 공중에 찍힌 데칼코마니

세상에서 가장 화려한 작업복이다

저렇게 화려한 옷이

일상복이 되지 못하는 것은

끊임없이 보호색을 띠고 있기 때문이다

한 마리 거미가 정글을 탈출할 때

죽음에 쓸 밑줄까지 품고 나오듯

공중을 거쳐 안착한 거미들의 거푸집



하루 열두 번씩 변한다는 카멜레온도

마지막엔 제 색깔을 찾는다는데

하나의 직업과 함께 끝나는 일은 얼마나 아름다운가,

그가 내려온 벽면에는 푸른 싹이 자라고

너덜거리는 작업복에도

온갖 색의 싹들이 돋아나 있다


출처 : 대전일보(http://www.daejonilbo.com)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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  • 이효정 (5691301)(abc7465) 2023-06-01 13:54:51 211.223.***.***

    너덜거리는 작업복에도 새싹이 피어난다는 글이 정말 희망적으로 느껴지는 것 같습니다 졸은 글 잘 보고 갑니다 좋은 하루보내세요   삭제

    • asjkdhzxjkchjka(pgyoteasa)VIP 2022-12-05 11:12:21 110.35.***.***

      잘보고갑니다 팔로우하고 추천하고 100토큰 후원하고 갑니다 오늘 하루도 행복한 하루 보내시길 예수님의 이름으로 축복합니다   삭제

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